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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교황 "인간 존엄성 모독 죽음의 문화 배척하자"

세월호 노란 리본 달고 미사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EPA=연합뉴스)

(출저:연합뉴스)


시대의 '큰 어른'이 계시다는 것,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프란치스코 교종의 행보를 통해 깨닫고 있다. 주낙현 성공회 신부가 ppss 기고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종은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안다". 교종이 소수가 다수를 착취하는 현 경제 시스템의 비극성에 대해 경종을 울릴 때, "눈물 흘리는 사람을 내쫓고 시복식을 열 수는 없다"며 가슴팍에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진행할 때, 종교와 교파를 떠난 많은 이들이 가슴에 큰 울림을 얻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의 수장, 프란치스코 교종은 그런 자신의 위치를 이용하여 목소리를 박탈당한 채 고통스럽게 침묵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대신 외치고 있다. 그런 그를 보고 있노라면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가 되어야 한다던 바울의 편짓글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개선 행렬에 언제나 우리를 참가시키시고,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향기를 어디에서나 우리를 통하여 풍기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구원을 얻는 사람들 가운데서나, 멸망을 당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나, 하나님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그러나 멸망을 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죽음의 냄새가 되고, 구원을 얻는 사람들에게는 생명에 이르게 하는 생명의 향기가 됩니다. 이런 일을 누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저 많은 사람들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팔아서 먹고 살아가는 장사꾼이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보내신 일꾼답게, 진실한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보시는 앞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고후 3:14~17,새번역)


참된 신앙을 갖고 올곧게 사는 이들이 주는 울림은 크다. 기독교 신앙을 갖고 산다는 것은 어쩌면 내 생각보다 더 단순한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소외받고 가난한 자들에게서 결코 시선을 돌리지 않는 것, 그들의 고통에 연대하며 함께 기꺼이 차가운 비를 맞는것, 생명, 정의, 평화의 하느님 나라에 대한 확신을 갖고 그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행동하는 것...인류에 대한 무한한 연민과 사랑, 이것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결국 뱀에게 달린 발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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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저 :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4/08/15/0200000000AKR20140815032951005.HTML )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 프란치스코 교황. (AP=연합뉴스)

방한 후 첫 대중미사…세월호 추모 '노란 리본' 달고 집전

"물질주의·이기주의·분열 일으키는 무한경쟁 사조에 맞서 싸워라"

(서울=연합뉴스) 공병설·장하나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올바른 정신적 가치와 문화를 짓누르는 물질주의의 유혹,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무한경쟁의 사조에 맞서 싸우기를 빈다"며 인간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자고 밝혔다.

교황은 이날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천주교 신자와 일반 시민 등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강론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가 담긴 '노란 리본'을 달고 미사를 집전했다. 

미사집전
미사집전
(대전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교황은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며 "생명이신 하느님과 하느님의 모상을 경시하고, 모든 남성과 여성과 어린이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죽음의 문화를 배척하기를 빈다"고 말했다. 

그는 "고귀한 전통을 물려받은 한국 천주교인으로서 여러분은 그 유산의 가치를 드높이고, 이를 미래 세대에 물려주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새롭게 회개해야 하고, 우리 가운데 있는 가난하고 궁핍한 이들과 힘없는 이들에게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이 제시하는 희망은 외적으로는 부유해도 내적으로 쓰라린 고통과 허무를 겪는 그런 사회 속에서 암처럼 자라나는 절망의 정신에 대한 해독제"라면서 "이러한 절망이 얼마나 많은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느냐"고 물었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모습. (AP=연합뉴스)

이어 "하늘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면서, 우리는 또한 한국 교회의 어머니이신 그분께 간청한다"며 "세례 때에 우리가 받은 존엄한 자유에 충실하도록 우리를 도와주실 것을 간청하며, 하느님의 계획대로 세상을 변모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이끌어 주시도록 간청한다"고 기원했다.

또 "이 나라의 교회가 한국 사회의 한가운데에서 하느님 나라의 누룩으로 더욱 충만히 부풀어 오르게 도와주실 것을 간청하며, 이 나라의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정신적 쇄신을 가져오는 풍성한 힘이 되기를 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젊은이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강론하는 교황
강론하는 교황
(대전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교황은 "한국인들은 그 역사적인 경험에 비추어 이 국가의 역사와 민족의 삶 안에서 활동하시는 성모님의 사랑과 전구를 인식하면서, 전통적으로 이 대축일을 거행하고 있다"며 "참된 자유는 아버지의 뜻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총이 가득하신 성모 마리아에게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자유가 단순히 죄에서 벗어나는 일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며 "그것은 영적으로 세상의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자유이며, 하느님과 형제자매들을 깨끗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자유이며, 그리스도의 나라가 오기를 기다리는 기쁨이 가득한 희망 안에서 살아가는 자유다"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 자녀들의 자유를 누리며 기뻐할 수 있도록, 그 자유를 지혜롭게 사용하여 형제자매를 섬길 수 있도록, 그리고 다스림이 곧 섬김인 영원한 나라에서 완성될 바로 그 희망의 표징으로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성모님의 은총을 간청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미사 전 제의실(祭衣室)에서 세월호 생존자 학생과 유족 대표 등 10여 명을 따로 접견하고 위로한 교황은 삼종기도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말했다. 

kong@yna.co.kr,  

hanajjang@yna.co.kr